가을만 되면 식욕이 당기는 이유, 정말 ‘천고마비’ 때문일까?

유독 당기는 가을철 식욕,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진료실에서도 부쩍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따라 입맛이 너무 좋아졌어요”, “먹어도 먹어도 자꾸 허기가 져요”라는 하소연입니다.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로 설명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계절 감성이 아니라 우리 몸의 여러 생리적 변화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을철 식욕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겨울철 체중 증가를 막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가을철 식욕이 늘어나는 이유와, 과식이나 체중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을철 식욕을 자극하는 몸속의 변화들
1. 일조량 감소와 세로토닌 저하
해가 짧아지고 일조량이 줄면 기분과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뇌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탄수화물이나 단순당이 많은 음식을 더 찾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기온 하강에 따른 대사 변화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뇌가 에너지 소모가 늘었다고 인식해 식욕을 자극하는 신호를 더 강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3. 수면 리듬과 식욕 호르몬의 불균형
일조 시간이 줄면서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기 쉽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은 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은 줄어드는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풍성해지는 제철 먹거리와 잦은 모임
수확철을 맞아 맛있는 제철 음식이 많아지고 나들이나 모임 자리가 늘어나는 환경적 요인도, 자연스럽게 섭취량을 늘리는 데 한몫합니다.
가을철 식욕, 건강하게 다스리는 3단계 관리법
소화기내과와 비만클리닉을 함께 진료하는 입장에서 권해드리는 가을철 식습관 관리 수칙은 ‘규칙’, ‘활동’, ‘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규칙적인 식사와 단백질·식이섬유 우선 섭취입니다. 끼니를 거르면 다음 식사 때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며 식욕이 오히려 더 강하게 자극될 수 있습니다.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먼저 배를 채우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섭취하는 식사 순서만 바꾸어도 포만감 유지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을 늘리는 것입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야외 운동으로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불필요한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선해진 날씨를 이용해 하루 20~30분 정도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권합니다.
셋째,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입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습관은 식욕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의지만으로는 조절하기 어려운 식욕 증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계절 변화로 인한 식욕 증가는 대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한 번쯤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짧은 기간에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거나, 식사 후에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폭식으로 이어지는 경우,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역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과식이 반복되면 위산 역류나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기 쉬워, 소화기 증상을 동반한 식욕 변화라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함께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 조절이 스스로 어렵게 느껴진다면 비만클리닉에서 개인의 신체 상태에 맞는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세워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계절
가을철 식욕 증가는 ‘천고마비’라는 옛말처럼 단순히 계절 탓만은 아니며, 일조량과 기온, 수면, 생활 환경이 두루 얽혀 나타나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 원인을 이해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활동, 수면 습관을 챙긴다면 가을은 오히려 건강을 재정비하기 좋은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이며, 건강하고 든든한 가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