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어깨 질환 다뤄 … 전국 각지서 다양한 직업의 환자 찾아와
김성준 서울부민병원장
어깨는 우리 몸 중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이다. 운동 범위는 넓지만,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뼈와 뼈가 깊게 맞물린 고관절·무릎과 달리 작은 접시 위에 큰 공이 살짝 얹혀 있는 형태에 가까워서다. 대신 주변의 근육과 인대, 힘줄이 관절을 단단히 붙잡아 안정성을 보완한다.
문제는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다. 세수하거나 옷을 입고 머리를 빗는 일상적인 동작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부민병원 김성준 병원장은 지난 15년간 어깨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왔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수석 팀닥터로도 활동 중이다.
Q :어깨 통증이 생기면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하나.
“대표적인 게 회전근개(어깨를 감싸는 네 개의 힘줄) 손상과 동결견(오십견)이다. 오십견은 관절낭 자체가 굳어버리는 질환이다. 문제는 어깨가 아프면 흔히 ‘오십견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호전되기도 하지만, 회전근개파열은 저절로 붙지 않는다. 잘못된 자가 진단으로 방치하면 파열 범위만 커진다.”
Q : 두 질환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
A : “정상인 반대쪽 어깨와 비교해 관절의 각도(가동 범위)가 제대로 나오는지, 특정 동작에서 힘을 쓸 때 통증이 있는지를 통해 일차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십견이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릴 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억지로 들어 올려주려 해도 특정 각도 이상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힘줄 손상이면 관절 자체가 굳은 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힘줄을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야기된다. 초기나 부분 파열 단계에선 움직일 수 있지만 통증이 동반되고 이를 방치해 파열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힘줄이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하게 된다.”
Q : 일단 참는 사람들도 많은데.
A“어깨를 많이 쓰고 난 다음이나 자고 일어났을 때 뻐근하고 불편한 정도의 통증이라면 가벼운 스트레칭, 찜질 같은 보존적 관리를 해보는 게 좋다. 그럼에도 2주간 차도가 없다면 정형외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 어깨 주변이 심하게 붓고 열감이 느껴지면서 열까지 난다면 화농성 관절염일 수 있어 지체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외상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다. 넘어지거나 사고 등을 겪고 어깨 모양이 눈에 띄게 변형됐거나 심한 통증과 함께 갑작스러운 부기와 멍이 발생하면 그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Q : 최근 진료실에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과거 어깨 질환의 핵심 키워드가 ‘노화’였다면 이제는 ‘과사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회전근개 파열만 봐도 50·60대뿐 아니라 30·40대 젊은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골프·테니스·클라이밍 등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한 데다 장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어깨가 안쪽으로 말린 자세)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주말에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하다 힘줄이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기도 한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70·80대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다. 남은 삶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아프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노년층이 증가했다.”
Q : 지난 15년간 기억에 남는 환자를 꼽는다면.
“남해에서 어부로 일하던 70대 환자다. 오랜 세월 무거운 그물을 반복해서 끌어 올리다 보니 어깨가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당장 일을 쉬기가 어려워 치료를 미루며 버텼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관절 마모가 심해지고 힘줄도 이어붙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다행히 우리 병원에서 어깨 인공관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듬해에는 반대쪽 어깨도 치료했다. 지금은 현업에 복귀해 잘 지내고 계신다.
수십 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한 목수도 기억에 남는다. 이 환자 역시 힘줄이 다 닳아 소실되고 관절염까지 심해져 망치질은커녕 팔을 올리는 일조차 힘들어했다. 어깨 인공관절 수술과 재활 끝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는데, 퇴원하던 날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Q : 어깨를 건강하게 오래 쓰려면.
“적절하게 움직이면서 근육을 강화해야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운동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어깨 주변의 체온을 올리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좋다.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는 수시로 가슴을 열고 어깨를 뒤로 넘겨 주는 스트레칭을 권한다. 반대로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아픈데도 파스에 의존해 고강도 운동을 강행하거나 치료 후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재활 없이 바로 이전 수준의 스포츠에 복귀하는 행동은 피하도록 한다.”
Q :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어깨의 상태와 취약한 부분도 제각각이다. 특히 50대가 넘어가면 어깨가 완전치 않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요한 건 내 어깨의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고 그에 맞게 사용하는 거다. 거창한 검사가 필요하지도 않다. 아프다고 무조건 안 쓰기보다 내 어깨에 맞는 올바른 사용법을 알고 움직이면 질환의 진행을 막고 더 건강하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